최근 월광보합이라는 게임기(?)가 절찬리에 판매중입니다.


사실 별건 아니고 조이스틱과 게임기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일종의 합본팩+게임기입니다.

인터넷 조금만 검색해도 이곳 저곳에서 월광보합이라는 이름하에 팔리고 있다.

그런데 이 물건... 정체가 뭘까요?


사실은 중국에서 처음 만들어진 일종의 에뮬레이터+조이스틱입니다. (요즘은 국내에서도 만듭니다.) 본래는 Pandora Box라는 이름하에 오락실에 야금야금 퍼져있었는데요. 오락실 업주 입장에서도 기존 캐비닛은 하나의 게임만 돌릴 수 있지만 이 물건은 한 캐비닛에서 훨씬 더 많은 게임을 넣을 수 있고 손님 입장에서도 자기가 원하는 게임을 할 수 있다보니 기존의 캐비닛들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하나씩은 있더군요.


그러다가 그것이 돈이 된다고 생각했는지 오락실 캐비닛에 들어가던 회로 기판을 가정용으로 조이스틱에다가 내장해서 판매하는 것이 위에 보이는 물건들입니다.

실제로 용산 전자상가나 테크노마트, 청계천 대림상가에서 쉽게 볼 수 있고 판매되고 있습니다.


http://www.nocutnews.co.kr/news/4930646

기사까지 났네요. 복고바람이라고 하는데 사실 복고바람 이전에 레트로 게임기의 수요는 꾸준했기에 크게 와닿지는 않는 기사입니다. (실제 청계천에서 네오지오 아케이드 기판을 사가는 사람이 아직 꽤 있습니다.)


그런데 이걸 왜 리눅스 관련에다가 넣을까요?

뭐... 눈치빠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물건의 OS는 리눅스입니다. 아니 리눅스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 가격이 나올 수가 없지요. 리눅스에 MAME(http://mamedev.org/)나 FinalBurn Alpha(https://www.fbalpha.com/)같은 에뮬레이터를 설치하고 AttractMode(http://attractmode.org/)같은 프론트엔드를 만들면 이런 월광보합OS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귀찮으면 RetroPie(https://retropie.org.uk/)나 Recalbox(https://www.recalbox.com/)같은 이미 잘 만들어진 OS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리눅스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네요. DOS아니냐고 하는 사람도 있던데 DOS도 가능하긴 한데 굳이 21세기에 16비트 OS가 필요할까요?


월광보합외에도 뭔가 제대로 된 듯한 레트로가 나왔으니 바로 닌텐도에서 내놓은 NES미니와 SNES미니가 있습니다.


http://www.bodnara.co.kr/bbs/article.html?num=143131

https://www.nintendo.co.jp/corporate/release/en/2017/170627.html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작아져서 돌아온 SNES미니 출처: 닌텐도 공식 홈페이지

이 물건도 사실은 ARM+리눅스+자체제작 에뮬레이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실 마음먹으면 SNES나 NES를 원칩으로 만들어서 그냥 기판에 박아버릴 수도 있을 텐데 이렇게 한 이유가 이쪽이 더 싸게 먹히기 때문입니다.


ARM칩셋은 스마트폰부터 웹서버에까지 사용될 정도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고 여기에 올라가는 리눅스OS도 소스코드가 공개되어 있어서 사용하기가 편합니다.

OS사용에 따른 최적화? 제일 싸구려 칩셋이 SNES의 스펙은 이미 뛰어넘은지 오래라서 SNES 원기기보다 프레임이 더 화면 전환이 부드럽습니다.


요즘에는 이것이 리눅스라는 것을 10분 활용해서 다른 짓을 하려고 한다고 하더군요. Xorg를 올리고 Gimp같은 데스크탑용 프로그램을 돌린다거나 기존 리눅스용 게임을 포팅해서 넣는다거나 하려고 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리눅스의 세계정복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는데 이런 식으로 알게모르게 야금야금 시장을 먹고 정복을 하고 있습니다.


보통 월광보합은 오락실 캐비닛을 위해 만들어진 만큼 오락실 게임위주로 되어있지만 에뮬레이터 특성상 꼭 오락실 게임만 들어갈 이유는 없지요. NES나 SNES, SEGA게임도 가능합니다. 이도 역시 리눅스이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조금 찾아보니 리눅스라는 십분 활용해서 NES 미니에서 Doom을 돌린 사람도 있다고 하네요.

https://www.ns-koubou.com/blog/2016/11/17/doom_on_nes_classic/


리눅스는 게임용으로 쓸 수 없다는 편견을 아직 사람이 아직도 많은데요. 제가 게임을 돌리는 방법을 자주 올리고 성공 사례에 리눅스용 게임들도 알려줘도 이해를 못하는 사람이 많더군요.

그런데 월광보합+Pump it up!+세가린드버그(이니셜D에 주로 쓰임)만으로 국내 오락실 지분 50%정도는 리눅스가 먹은 듯 합니다. (나머지는 철권이나 EZ2AC같은 Windows기반 기판과 아직 남은 자체 기판 정도일 겁니다.)


그.렇.다.는.것.은?


마음만 먹으면 월광보합같은 것을 만드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어차피 리눅스고 리눅스가 돌아가는 곳에 조이스틱만 달아주면 월광보합은 만들 수가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제일 큰 문제는 게임 Rom을 어떻게 처리하냐가 문제입니다. 리눅스는 ARM에도 돌아가고 x86에도 돌아갑니다. 중고PC를 하나 구한다음 PC의 크기를 최소화 해서 쑤셔넣어도 되고 라즈베리파이 같은 저렴한 손바닥PC를 써도 됩니다.


그리고 오락실 버튼과 조이스틱을 사다가 달아주면 하드웨어 준비 끝. (버튼이나 조이스틱은 어디서 구하냐는 분들도 있을 텐데 청계천의 삼덕사에 가보세요. 우리나라의 어지간한 스틱은 이곳의 물건을 쓸 겁니다.)


나머지는 OS를 설치하고 에뮬레이터 설정 후 게임ROM을 넣어서 돌리는 것만 남은 것이지요. 참 쉽죠?


그렇기에 월광보합의 가격을 보면 결국 하드웨어 값만 들어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그 안에 있는 게임ROM들은 중국 물건 특성상 라이센스 했을리가 없습니다. 국내 제작은 본인이 게임을 넣도록 하는 경우가 많고요.)


그러므로 게임수가 많아서 가격이 비싸다느니 소프트웨어 최적화가 어쩌고 해서 가격이 높다라니 하는 것은 무시해도 됩니다. 그거 다 개소리에요. 오픈소스인 리눅스 커널에 오픈소스인 에뮬레이터를 깔고 소프트웨어라곤 프론트엔드인데 그 마저도 AttractMode같은 것을 썼다면 이것마저 무료. 게임ROM? 간혹보면 해킹판 롬도 있던데 원 게임사에서 그런 것을 허락했을리가...


아시겠죠? 그냥 좋다고 막 살 물건은 아니에요. 이 물건...

그냥 뭐.. 그렇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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