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글을 올리지 않은지 어느새 한 달이 지나버렸습니다.

이러다가 영원히 정지를 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리눅스와 관련없는 잡담이라도 적습니다.


사실 제 전공은 리눅스도 아니고 컴퓨터도 아닙니다.


아주 관련이 없지는 않지만 조금은 동떨어진 기계 설계학을 전공했지요.


중고등학교때 저는 친구들사이에서 알아주는 컴덕후였습니다. 아니 중2때 제 손으로 컴퓨터를 조립하기 시작했습니다. 첫 조립한 컴퓨터가 작동했던 그 때 그 희열감은 정말 마약과도 같았습니다.

그 컴퓨터를 조립하기 위해 중1부터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던 친구와 함께 공부를 했습니다. 이런저런 부품과 컴퓨터의 구조 그리고 당시에 잘 사용하지 않던 Fdisk와 고스트 사용법까지 공부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정말 즐거웠습니다. 나중에는 와이어 트릭같은 나름 고급 스킬까지 쓰면서 컴퓨터와 정말 친해졌었지요.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면서 현실을 알게되었습니다. 아무리 컴퓨터와 친해져도 이걸로 먹고 살기는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국의 컴돌이들은 그저 코더일 뿐 우리나라에서 리누즈 토발즈나 빌게이츠 같은 사람은 나오기가 어렵다는 것이지요. 현실이 그랬습니다. 그래서 고3때 현실과 타협하기로 했습니다.


남들 말을 듣고 기계 쪽은 그나마 대우가 낫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이공계는 어디서든 찬밥이었기 때문에 그나마 대우가 좋은 쪽으로 갔습니다. (지금 이공계에 학생들이 지원하는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입니다.)


어렵사리 기계과를 졸업하고 취직을 했습니다. 컴공이 코딩 노가다라면 이쪽은 CAD노가다더군요. 야근은 당연한 것이고 잘 풀리지 않을 때는 머리를 쥐어뜯어서 일정을 마쳐야 했습니다.


대한민국 회사가 그렇죠 뭐...


어쨌건 직업은 직업이고 토발즈 형님이 그랬듯이 좋아했던 리눅스를 취미로 삼기로 했습니다. (토발즈 형님은 취미이자 주업이기는 합니다.) 그러면서 리눅스에서 CAD질을 하는 남들이 보면 묘한 짓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하지만 처음 리눅스를 접하는 사람들이 한국어가 기본이 아니라는 것에 실망하는 것을 보고 한국어가 세팅된 배포판을 커스텀해서 배포했습니다. 알고보니 하모니카(http://hamonikr.org/)라는 훨씬 더 좋은 프로젝트가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지요.


우분투 기린, 리눅스 민트를 한국어를 기본 설정해서 하모니카 커뮤니티에 올렸습니다. 당시 하모니카 프로젝트는 리눅스민트 17.3(우분투 14.04기반)에 머물러 있었고 리눅스민트 18(우분투 16.04기반)을 기반으로 한 것이 없었거든요.


어느새 제가 만든 커스텀 버전이 메인 화면에 걸렸습니다. 기분이 정말 좋았습니다. 좀 더 제가 만든 것을 다른 사람들이 쓸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습니다.


이렇게 조금씩 여유가 있을 때 취미로 하면 일과 병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그랬습니다.


요즘 일에 치여살고 앓아 눕기까지 하면서 취미 활동은 물론이거니와 여가 활동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주말은 모자른 잠을 보충하는 날이 되었고 퇴근은 언제나 저녁이후...


사실 하모니카 18.3의 HWE커널이 계속 말썽이라 GA커널 버전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준비한지 한 달째... 아무것도 못하고 있습니다.


여유? 저에게는 사치일 뿐이군요.


요즘엔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차라리 리눅스를 전공해서 이쪽으로 일을 시작했다면 어떘을까?


좋아하는 것과 해야하는 것은 별개라고 하지만 어쩌면 조금이라도 더 행복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3시절 현실에 타협하지 말고 그냥 내가 좋아했던 컴퓨터를 밀고 나갔더라면. 아니, 대학에서 전과를 해서라도 컴퓨터쪽을 전공했더라면.


지금 제 나이에 다시 다른 전공을 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이젠 결혼을 준비해야하고 먹고사는 문제가 걸려있지요.


취미를 즐기면서 세상 살기 정말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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