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라는 개념은 사실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하나의 컴퓨터를 여러대의 컴퓨터로 활용하는 것은 워크스테이션시절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상당히 오래된 개념입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거의 완벽한 가상화는 아니었고 그냥 이미 세팅이 완료된 시스템에 User가 일정 요금을 내거나 워크스테이션 관리자의 허락을 받고 사용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윈도를 처음부터 쓰신 분들은 이해가 잘 안 되실 겁니다. 윈도는 사용자 개념이 워크스테이션에서의 그것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입니다. NT계열 등장 이후에나 Unix의 개념과 비슷해졌습니다.)
즉, 워크스테이션에서는 사용자가 로그온을 하면 홈폴더(/home/사용자이름)에 한해서지만 내 컴퓨터처럼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이 홈폴더가 샌드박스화 되면 일종의 가상화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는 이번에 이야기할 하드웨어 가상화하고는 이야기가 다르지요. 그 시절의 가상화는 소프트 가상화로 미리 설치된 OS에 설치된 프로그램만 사용할 수 있었던 시절입니다. 이 당시에 컴퓨터를 쓰고 싶은 사람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관리자에게 요청해야 했습니다. 정확히 하면 내 컴퓨터처럼 완벽히 사용할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때는 흐르고 흘러서 1인 1PC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옛날처럼 하나의 컴퓨터에 여러사람들이 붙어서 사용할 일이 없어졌고, 내 컴퓨터는 나만이 사용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로인해 워크스테이션이란 개념은 점점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개인용 PC의 성능이 워크스테이션을 뛰어넘기 시작하면서 옛날의 방식을 쓸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이로써 한동안 가상화라는 개념은 사라지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개인용 컴퓨터에서 가상화라는 형식이 등장하게 될 줄은 몰랐을 겁니다.
그리고 바야흐로 90년대~00년대에 Apple사의 OSX가 등장하면서 PowerPC계열의 컴퓨터가 등장하게 됩니다. 당시에는 멀티미디어가 대세였는데 PowerPC는 이 방면에서 정말 강력한 컴퓨터였습니다. 게다가 Apple의 컴퓨터로써 이 PowerPC기반의 Mac은 기존 MacOS9를 쓰던 사람에게 큰 충격을 준 컴퓨터였습니다. 하지만 이 당시에도 PC는 Intel+Windows가 이미 잠식한 상황이었고 쓸만한 프로그램은 다 여기에 있었습니다. PowerPC를 쓰는 사람에게 이는 너무 아쉬운 점이었습니다.
"Mac에서 intel+Windows용 프로그램을 쓸 수 있으면 참 좋을텐데..." 이 작은 소원(?)은 VirtualPC라는 프로그램이 등장하면서 해결됩니다. 이 당시는 가상화라기보다는 intel칩을 흉내내는 에뮬레이터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VirtualPC가 Windows용으로 포팅이 되면서 기존 PC사용자에게 입소문을 타게 되었고, 가상화는 User모드 가상화에서 하드웨어 가상화라는 새로운 모습으로 격변하게 됩니다. 즉, 기존에는 이미 설치된 OS 환경에서만 내 맘대로 주무를 수 있었다면, 이제는 한정된 하드웨어이기는 하지만, OS도 마음대로 설치하고 프로그램도 마음대로 설치할 수 있는 새로운 가상PC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사실 혁명과도 같은 물건이었는데, Microsoft가 인수를 하면서 이 혁명과도 같은 물건은 한낱 후발 주자인 VMware에게 밀려버립니다.
하지만 모두 알고 계시듯이 VirtualPC나 VMware만 하드웨어 가상화지원을 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 이전에 리눅스에서 Xen이란 놈이 커널에 한해서지만 리눅스 가상화(반소프트 반 하드웨어 가상화)를 지원했고, Bochs와 Qemu라는 오픈소스 가상화 프로그램도 있었습니다. VirtualPC가 Microsoft에게 인수된 이후 CPU가상화 기능이 사라진(사라진 것은 아니고 PPC에서 intel칩을 에뮬레이션 해주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가상OS마저 Windows만 지원된것은 덤 입니다.)대에 비해 이 프로그램들은 CPU도 흉내를 내주어서 Arm이나 MIPS(!!)에서 Pentium을 흉내내준다던지 하는 누가 보면 신기한 일들도 했습니다.(스마트폰에서 Windows를 구동하는 영상의 대부분은 바로 저 Qemu나 Bochs를 이용한 것입니다.)하지만 성능은 상용프로그램에 비하면 좀 모자르기도 했고, VMware나 VirtualPC에 비해 잘 알려지지도 못했습니다.
현재 가상화의 선두주자는 누가 뭐라고 해도 VMware입니다. VMware하면 VMware Workstation만 생각하시는 분이 있을텐데 VMware의 주력제품은 VirtualBox나 VirtualPC와 같은 영역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ESX입니다. 별건 아니고 그냥 VMware 가상화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리눅스입니다. 하지만 이를 이용해서 옛날 워크스테이션 서비스 하는 것처럼 가상의 하드웨어 세트를 계정당 하나씩 제공 가능하게 해줍니다. 즉, 사라진줄 알았던 워크스테이션이 다시 돌아온 것이지요. 다만 옛날에는 다같이 쓰는 컴퓨터에 한 OS를 나눠 썼다면 지금은 완전히 가상화된 컴퓨터를 하나 덜렁 내주는 셈입니다. 이를 잘 쓴 서비스가아마존의 AWS가 아닐까 합니다. VMware사의 솔루션을 썼을지 아니면 자체 개발한 솔루션을 썼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상당히 VMware ESX의 원하는 방향과 AWS는 비슷합니다. 가상화된 하드웨어에 미리 준비된 디스크이미지를 부팅하여 사용자에게 서비스한다... 이를 여러대 만들어서 클러스터화 하면 실제 기기는 몇대 안 되더라도 서버가 여러대 있는 듯한 효과를 만들어내게 됩니다. 워크스테이션의 강력함이 이렇게 쓰이는 셈입니다.
얼마전에 보니 VirtualPC를 말아먹은 Microsoft는 Hyper-V란 놈을 내놓고 VMware ESX를 노리고 있더군요. 실제 성능을 보아하니 VMware보다 더 좋기는 하던데 아마도 Windows만 지원하다보니 최적화가 되어서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공짜라고 좋다고 쓰시는 분이 있던데 그거 공짜 아닙니다. Windows의 Pro버전이 비싼 이유가 다 거기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Windows는 Unix만큼의 안정성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단 유닉스에 비해 리눅스는 좀 불안정한 감이 있습니다. 안정성을 추구하는 Debian리눅스하고 비교해도 그렇습니다.)그런데 Hyper-V가 오직 Windows만 지원되다 보니 메리트가 상당히 떨어집니다. 아무래도 Hyper-V에 대한 글을 볼때마다 씁쓸한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군요. VirtualPC시절만 해도 상당히 좋은 프로그램이었고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했었는데 거대기업에 먹히고 나서.....
그러고보니 VMware나 VirtualPC(현재 Hyper-V)에 맞서는 오픈소스 종족이 남아 있습니다. Oracle에서 지원하는 VirtualBox입니다. 이것은 innotek시절부터 성능이 마음이 들어서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innotek이 Sun사에 인수되면서 성능이 안정화 되었고 Oracle에 Sun사가 인수되면서 잠시 불안해 했었지만 Oracle이 별 터치를 안 해주면서(?)지금은 GPU가상화도 그럭저럭 해주는 물건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VMware에 비하면 부족한 디스크I/O입니다만, 이는 시간이 지나 하드웨어 성능이 무섭도록 발전하면 격차가 알아서 좁아질 운명입니다. 다만, Oracle은 VMware같이 ESX같은 솔루션을 준비할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쨌건 가상화는 가상화, 그것도 VMware에서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하드웨어 가상화 입니다. 좀 설정만 해주고 http등의 알려진 프로토콜로 묶어주면 ESX못지않은 시스템을 갖출 수는 있습니다. 다만, 상당히 설정이 귀찮고 ESX에 비해 성능이 영 좋지 못하다는 것이 문제이기는 합니다.
지금 현재 가상화 대결의 구도는 VMware vs VirtualBox (vs Hyper-V - 일부에만 해당 Linux/Unix는 지원이 안 되므로)입니다. 하지만 Arm칩이 여기저기 쓰이는 요즘 Qemu나 Bochs도 무시 못합니다. 가상화는 아직 발전 중이고 워크스테이션은 다시 세상의 대세가 될 수 있을까요? 그 것은 조금더 상황을 봐야 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