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림은 한글윈도가 발매되며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한양폰트에 의뢰하여 만든 글꼴입니다. 즉 대한민국에 윈도95란 것이 발매되고 시장을 점유함과 동시에 대한민국에서 제일 많이 쓰인 글꼴이 됩니다. 일단 기본 한국어 인터페이스가 이 글꼴을 기준으로 만들어졌고 Windows의 기본 글꼴이기 때문에 아무런 저작권 문제없이 각종 문서에 사용될 수 있었습니다. (저작권이 Free인 것은 아니고 Windows의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다면 누구나 사용이 가능했다는 점입니다.)


윈도95가 발매되던 당시에는 640x480가 주력 해상도 취급을 받던 시절입니다. 이 당시에는 VGA해상도라고 따로 이름을 붙였고 1024x768은 XGA라 해서 모니터에서나 볼 수 있는 해상도 취급이었습니다. 당시에 1024x768해상도는 글씨가 작다고 불평불만이 많았다고 합니다. 굴림글꼴은 이때의 해상도에 맞추어서 만들어진 글꼴로 비트맵방식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당시에 지금과 같은 벡터글리프 방식을 사용했다면 컴퓨터 성능이 남아나지 않았을겁니다. 실제로 한글 윈도95와 영문 윈도95는 성능차이가 눈에 보였었고 한글 윈도95는 요구 메모리가 영문판의 2배를 요구했습니다. 원인은 어마어마한 크기의 한글 글꼴 때문이었지요.


상황이 이 모양이었기 때문에 고해상도의 비트맵을 사용하거나 벡터글리프는 사용할 수 없었고 Bold와 Italic체를 따로 만들어 넣을 수 없어서 Fakebold라 불리는 글꼴 변형작업을 해야 했습니다. 그러니까 굴림글꼴은 당시 어쩔 수 없었던 성능상 문제와의 타협이었던 것이지요.


시대는 변하고 변해 2000년대 초반 WindowsXP가 발매되고 유니코드가 사용되기 시작합니다. 그 전에는 아스키코드를 기반으로 남는 공간에다 글꼴을 할당하는 방식을 사용했기에 국가설정마다 글꼴을 읽는 방법이 달랐습니다. 지금도 많이 보이는 괡괩체가 그것입니다. 하지만 유니코드는 국가설정 관계없이 전세계의 모든 글꼴을 표현할 수 있었고 그에따라 모든 언어를 표현할 수 있게끔 해당 글꼴들을 모두 기본으로 넣어야 했습니다. 이 당시부터는 한글 사용을 위해 굳이 한글판 윈도를 설치할 필요는 없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영문판을 쓰던 사람들도 한글이 나오게 되면 자연스럽게 굴림으로 표현이 되어 한글이 깨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굴림이 영문폰트에 비해 너무 못생겼다는 것입니다. 시대가 HD시대가 되면서 도트가 눈에 띄게 되어버렸는데 고해상도에서도 예쁘게 표현되는 영문글꼴에 갑자기 투박한 한글폰트가 나오면 비교가 될 수밖에 없지요. 한글판 사용자들은 영문이나 한글이나 굴림을 표현되어 이를 못 느꼈지만 영문판 사용자들은 비교가 너무 된다고 아우성이었습니다.


굴림글꼴 자체가 저해상도에 맞춰져서 만들어진 탓에 지나치게 가늘게 만들어졌고 AA따위는 당연히 없었으며 AA도 적용이 제대로 안 되니 힌팅? 그런것 따윈 없었던 것이지요. 즉, 글꼴이 너무 많은 탓에 고해상도 고려를 하지 못한 것입니다.


이 상황을 보던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WindowsXP후속작에 새로운 한글글꼴을 넣기로 하고 맑은 고딕이라는 새로운 글꼴을 산돌커뮤니케이션에 의뢰합니다. 그리고 기본 인터페이스에 이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WindowsXP의 후속작인 WindowsVista는 말그대로 망해버렸고 WindowsXP는 그대로 장수만세를 외치며 생명을 연장하게 됩니다. 물론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WindowsXP용 맑은 고딕을 함께 배포했지만 귀찮은 것을 싫어하던 이용자들은 그런것이 있는줄도 몰랐지요. 게다가 맑은 고딕을 설치한다고 한들 기본 인터페이스가 굴림이니 별다른 차이를 못 느꼈고요.


이렇게 굴림이 한글글꼴에 여기저기 사용되면서 그 폐해가 드러나게 됩니다. GUI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은 특정 인터페이스를 제외하곤 GUI의 글꼴을 따로 지정하지 않고 시스템의 글꼴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2000년대 유니코드시대가 오면서 전세계의 모든 글꼴을 필요로 하게 되었고 WindowsXP이후에는 시스템폰트만으로도 전세계 글꼴을 표현하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구닥다리 방식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은 당당하게 "굴림"글꼴을 사용하게 하드코딩을 했고 굴림글꼴이 없으면 폰트가 깨지게되는 그런 UI병신의 프로그램을 만들게 됩니다. (현재진행형으로 일본이 아직도 이따위 프로그램들이 많습니다. 만약 일본산 프로그램중에 MSMincho가 없다고 오류를 뿜는다면 100% 이따위인 것입니다.)


그러니까 한국어 사용자라면 당연히 "굴림"글꼴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그렇게 만든 것입니다. 만약 시스템폰트를 쓰게 했다면 WindowsVista이후로는 맑은 고딕으로 나오게 되었을 것이고 깔끔한 인터페이스가 가능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WindowsXP가 너무 오래사용되면서 "굴림"을 지정하고 만든 프로그램이 너무 많아졌고 지금도 골칫거리입니다.


우분투에서 Wine으로 프로그램을 실행했을 때 우분투의 인터페이스 글꼴과 동일한 글꼴로 표현된다면 마이크로소프트의 가이드라인을 잘 준수한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시스템폰트를 사용하기 때문에 우분투의 시스템 폰트를 받아와서 사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특정폰트를 지정한다면? 그 폰트가 없는 곳에서는 ☐ ☐ ☐ 로 표현되어 글씨가 보이지 않게 됩니다. 이 때 해결방법은? 해당폰트를 설치하는 수밖에는 없습니다. 아니면 그 다른 폰트를 그 폰트라고 대체하거나요.


하지만 아직도 굴림을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은 많이 있고 그냥 한국어라고 "굴림"을 지정해버리는 경우가 아직도 있습니다. 그냥 시스템폰트를 사용하는 것으로 하면 될 것을 왜 이렇게 지정하는 것일까요? 그나마도 맑은 고딕도 아닌 구닥다리 굴림을 말이지요. 사실 저는 굴림이 굉장히 싫습니다. 서울남산체나 나눔바른고딕같은 꽤 예쁜 글꼴도 있고 NotoSans같은 가늘면서도 고해상도에서도 읽기 좋은글꼴도 있습니다. 이런 프로그램들을 위해 굳이 Gulim.ttc파일을 설치해야 한다는 사실이 슬프군요.


P.S https://gigglehd.com/zbxe/13364057

여기에 보시면 그냥 gulim.ttc 파일을 분해해서 나눔고딕과 다른 폰트로 대체한 후 다시 짜맞춰서 넣음으로서 굴림을 대체해버립니다. 사실 우분투에서 굴림사용은 EULA가 거슬렸는데 이름만 굴림으로 해버리고 사용이 자유로운 글꼴로 대체한다면 해당 문제가 사라질 것을 보입니다.

굴림 - 나눔고딕

굴림체 - 나눔고딕코딩

돋움 - 나눔바른고딕

돋움체 - D2 Coding


이렇게 하면 나눔글꼴로 완전 대체가 가능 할 것 같습니다. 바탕체나 궁서체는 따로 지정하는 경우가 적으므로 신경을 크게 안 써도 될 것 같고요. 빠른 시일내에 이름만 굴림이고 내용물은 나눔글꼴인 gulim.ttc파일을 만들어봐야겠습니다.


저부터 제 시스템에서 굴림을 쫓아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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