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눅스를 다른 사람들에게 별로 추천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응용프로그램, 그 중에서도 게임이 안 된다는 것이 주 원인입니다. 우분투 8.04 시절에 Compiz의 화려한 효과를 보여주면 사람들은 우와~ 했지만 언제나 돌아오는 질문은 "근데 이거 게임 되냐?"였습니다. 그 당시에 제가 할 수 있던 대답은 하나였지요.
"스타 정도는 삽질하면 돌아가."
네 삽질 좀 해야 스타가 돌아가던 시절이었습니다. 물론 스타가 돌아간다는 사실 만으로도 행복하던 시절이기도 했지요. 물론 리눅스용 게임으로 퀘이크가 있기는 했지만 지금이나 그때나 퀘이크는 아는 사람만 아는 게임이었습니다. 퀘이크라고 해봐야 "그게 뭔데?"라는 질문만 돌아올 정도였으니 예시로 들기에는 부적절했습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그 당시에도 꾸준한 인기가 있었던 스타크래프트를 예로들었지요.이후에 Wine이 꾸준히 개발되며 호환성을 상당히 확보했고 표준 Windows API가 아닌 특이한 방법으로 만들어진 게임이 아닌 이상 어쨌건 게임이 되긴 되는 시대까지 되었습니다. Wine이 거의 완벽한 호환성을 갖추게 된 때가 아마도 2009~2010년이 되었을 때였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Wine을 이용해서 수많은 윈도용 게임을 리눅스에서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패키지게임의 경우 DRM들이 문제를 왕창 일으키기는 했지만 No-CD, No-DVD 패치들이 인터넷에 돌아다녔기 때문에 보통 이를 이용해서 해결했습니다.
우분투 10.04시절 롤러코스터 타이쿤3 구동 스크린샷 저의 Daum블로그에 올렸던 스크린샷입니다.
그래픽은 기본 wine으로 구동 음악은 DirectX9 라이브러리 설치후 설정으로 해결
어쨌건 이제 리눅스에서 게임이 안 된다는 말은 옛말이된지 오래되었습니다. 다만 Wine을 이용한 방법은 생각 외로 복잡해서 설치하는 사람에게 고통을 자주 안겨주었습니다. 그 때 해결 방안을 함께 알려준 물건이 바로 PlayonLinux입니다.(http://www.playonlinux.com) 이전에도 포스팅을 했었지만 PlayonLinux는 Wine만으로 게임하기가 너무 불편하고 힘들자 Wine을 버전별로 관리하게 하고 각 프로그램마다 가상 윈도(즉, Wine의 FakeWindows를 말합니다.)설정을 다르게 해서 게임 별로 관리하기 쉽게 만든 것이 특징입니다. 지금은 게임 외의 다른 프로그램도 지원하지만요.
무엇보다 게임설치에 필요한 라이브러리(DirectX같은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를 자동으로 미리 설치해주고 설치를 쉽게 하도록 안내해주고 있어서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서 리눅스에서의 윈도 게임은 쉽고 빠르게 즐길 수 있게 됩니다. 사실 PlayonLinux 이전에도 Wine을 편하게 쓰기 위해서 많은 시도가 이루어져 왔습니다. Wine-doors라던가 Cedega(이것은 자체 개발한 유료 라이브러리인 WineX라는 것을 이용합니다.)라던가 많이 있었지만 PlayonLinux와 Cedega와의 차이는 사용 라이브러리가 Wine이냐 WineX냐의 차이였고 Wine-doors는 그냥 Wine을 GUI로 쓰고자 하는 경우에 가까웠습니다. winetricks(https://code.google.com/p/winetricks/)를 통해 라이브러리르 설치하는 것도 물론 없었고요. PlayonLinux의 설치스크립트 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PlayonLinux가 지금은 게임 만큼이나 다른 일반 프로그램설치도 지원하지만 지금도 게임이 제일 많이 리스트에 있습니다. 그것이 사실 처음에는 게임에 특화 시켰던 흔적 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PlayonLinux는 모든 게임을 자동으로 완벽하게 해주지는 못했습니다. 바로 No-CD,DVD패치가 법적인 문제가 있어서 이용자가 따로 패치를 하도록 구성을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패치만 해주면 되는데 상관없지 않나?"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는데 처음 쓰는 사람에게는 그것도 은근히 고역입니다. 게다가 No-CD,DVD패치를 구글링 해야하는 수고도 필요했고요. 그런데 이때 DRM-FREE를 표방한 사이트가 등장하게 됩니다. 바로 GOG.com입니다. 이 GOG.com에서 파는 게임들은 따로 패치를 하는 수고로움이 없어졌기에 PlayonLinux에 리스트업됩니다. 이 때 상당히 업데이트가 잦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GOG.com에 새로운 게임이 올라오면 그 순간 새 설치리스트가 올라올 정도였습니다.
DRM-FREE게임을 판매하는 GOG.com
이제는 윈도용 뿐만 아니라 리눅스게임도 팔고 있습니다.
이제 리눅스에서는 Wine의 힘을 얻고 윈도용으로 출시된 게임들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지요. 컴퓨터의 최고 성능을 끌어내야 하는 게임에서 Wine을 한번 거쳐야 한다는 사실은 게임에게는 좀 부족했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네이티브 리눅스 지원게임과 윈도게임을 Wine으로 돌리는 것은 정말 큰 차이가 났습니다. 이후로 리눅서들은 리눅스 네이티브 게임을 갈망했는데 이를 한번에 뚫어준 것은 다름 아닌 세계 최대 게임유통사(?) Valve였습니다.
스팀에서 팔고있는 리눅스 지원 게임들 자그마치 600여개가 넘어간다. 그 중에서 문명5도 포함되어져 있다.
Valve는 아시는 대로 Steam이란 거대 유통망을 가지고 있는 회사입니다. 그리고 PlayonLinux에 따로 Steam이 있을 정도로 Steam을 이용한 게임을 돌리기 위한 노력도 정말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Valve는 Mac용 Steam을 발표하면서 FAQ부분에 의미심장한 부분이 추가되게 됩니다.
Q : Linux용은 없나요?
A : 아직 Linux용은 개발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Wine을 이용해서 Windows용 Steam을 실행해 볼 수 있습니다.
정말 이렇게 나와있었습니다. 아마도 Mac용이 출시 된다고 했을 때 Linux용에 대한 문의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Wine으로 실행이 가능하다고 친절(?)하게 답을 달아주었습니다. 실제로 이 때 Wine으로 Valve사 게임은 충분히 돌아갔으므로 틀린 말은 아니었지요. 하지만 이 일이 기폭제가 되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느날 Valve는 갑자기 Linux용 Left4Dead2를 시연하면서 Linux용 Steam을 발표하게 됩니다. Steam의 전부는 아니지만 Steam의 이용 목적이라고 할 수 있던 Valve사의 게임을 Linux로 포팅 하겠다는 발표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리눅스 커뮤니티는 전부 뒤집어졌습니다. 어떤 분은 이런 글을 남기셨더군요.
"Valve가 리눅스로 도망간 내 지갑을 또 노리고 있다."
어쨌건 이로써 Lefrt4Dead나 TeamFortress2 등의 굵직한 게임들이 리눅스 네이티브로 출시되게 되었습니다. 물론 리눅스용이 따로 있었던 게임들도 Steam을 통해서 리눅스용을 구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렇게 되어버린 것도 시장경제논리에 따른 것입니다. 그 원인은 Microsoft가 만든 것이고요. 무슨 말이냐면 Microsoft가 WindowsStore를 Windows8에 끼워넣자 Valve는 Steam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라 생각하고는 Windows외의 도피처를 생각하게 됩니다. 사실 Microsoft의 윈도 끼워넣기로 잘 나가던 회사가 망한 것이 한둘이 아님을 감안하면 충분히 예상은 가능했지요. 이 때 Valve가 생각한 것이 바로 리눅스였던 것입니다. MacOSX도 있지만 어차피 얘네도 앱스토어가 있어서 자신들이 직접 게임을 팔겠다고 나서기 충분한 상황이었습니다. 지금도 실제로 팔고 있고요. 그 다음 플랫폼은 바로 리눅스입니다. 점유율은 다른 OS에 비하면 박살이기는 했지만 충분히 경쟁력은 있다고 생각했음이 분명합니다. 어쨌건 Valve는 결국 리눅스 중에서도 특히 데스크탑용으로 많이 쓰이는 우분투 용으로 Steam은 출시되게 됩니다. 그리고 우분투 게이머들은 환호했구요. (물론 그들의 지갑은 가벼워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Valve는 Microsoft를 보면서 한 가지 더 생각한 것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Microsoft가 자신의 플랫폼을 가지고 시장을 좌지우지 한다고 판단한 것인지 Vavle는 리눅스를 기반으로 한 SteamOS를 발표하게 됩니다. 이미 자사 게임들을 리눅스 용으로 내놓았고 리눅스용 게임도 충분하니 이 SteamOS도 크게 꿀릴 것인 없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아니면 Steam의 점유율을 새로운 플랫폼 창조로 잇겠다는 극히 Valve스러운 행보일 수도 있고요.
이 SteamOS는 리눅스를 기반으로 한 또 다른 OS이기도 하지만 오로지 Steam만을 위한 OS이기도 합니다. 사실 일반 적인 리눅스 데스크탑에 Steam을 설치한 것과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만 필요한 것만 설치하고 다른 것은 일체 배제함으로써 OS를 게임용으로 최적화를 가능케 한 면이 있지요.
그리고 이 SteamOS를 기반으로 소위 SteamBox란 것도 있고 터치패드를 이용한 Steam용 게임패드도 개발중에 있습니다. 즉, Steam을 이용해서 거실의 최강자 Microsoft와 Sony 그리고 Nintendo의 자리까지 노리겠다는 수로 보입니다. 어찌보면 Micorosoft에게 복수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네요.
하지만 이 SteamOS의 성공을 판가름할 열쇠도 다름 아닌 리눅스용 게임들입니다. Valve는 WindowsPC에서 스트리밍해서 플레이 가능케 하겠다고 하는데 그래봐야 리눅스 네이티브 보다 성능이 떨어질 것은 뻔합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게임이란 하드웨어의 성능을 제일 많이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스트리밍만으로 부족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무엇보다 아직까지도 스트리밍이 구현되었다는 소리를 못 들었습니다. 스트리밍의 성능이 어느정도 나올지는 일단 나와봐야 알 것 같고 현재 SteamOS에서 돌아가는 것은 오로지 리눅스용 게임들 뿐입니다. 이 게임 중에 킬러컨텐츠는 얼마나 있을까요? SteamOS가 성공하면 리눅스는 이제 게임하기 어려운 OS가 아니게 될 것입니다. 다른 프로그램을 몰라도 게임하나 만큼은 자신있는 플랫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제 나름대로는 이 SteamOS가 꼭 성공하기를 바랄뿐입니다.
제가 리눅스를 처음 접했던 시절에는 정말 게임하기 힘들었습니다. 아니 애초에 게임을 하려고 한 발상자체가 말이 안 되던 시절이기도 했지요. 그런데 이제 7년정도 지나가니 리눅스가 게임 전용 플랫폼이 되기도 하네요. 덕분에 요즘에는 몇몇 친구들 한정해서 우분투 써보라고 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게임도 잘 돌아간다고 얘기해 줄 수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