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화라는 것은 말 그대로 한국어에 맞게 무언가를 편집해서 만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보통은 한국어화보다는 한글화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쓰지요. 어차피 한글이 한국어를 표현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글자이고 의미상으로 틀린 것은 없기 때문에 둘 다 맞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쩌다보니 저는 한국어화라는 표현이 더 편해진 탓에 한국어화라는 말을 계속 쓰게되더군요. (그래서 몇몇 페이지에 한국어화라는 표현으로 된 글이 꽤 있습니다. 보통 검색을 잘 못 들어오시더군요.) 그러므로 한국어화란 표현과 한글화란 표현을 혼용해서 쓰더라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예전에 컴퓨터가 전문가만의 영역이던 시절에는 한글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한글로 된 문서를 만들기 위한 수준이었고 이외에는 한글 표현에 대해 그렇게 생각을 안 했었지요. 하지만 개나소나 컴퓨터를 사용해야 하고 또 그렇게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한 21세기 현재, 한국어 인터페이스는 해당 소프트웨어 판매에 영향을 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그나마 메시지들이 한글로 나와서 초보자들도 쓸 수있었다고 하는 한글 MS-DOS
일반 최종사용자(End-User) 입장에서 어떻게든 쉽게 사용하기 위해선 모국어로 된 UI가 필요했고 그에 대한 것이 필요했다는 겁니다.
사실 2017년 현재 30대 중반에서 40대까지 컴퓨터 종사자의 말을 들어보면 영어를 알지 못하면 컴퓨터를 쓰는데 지장이 많았고 사전과 컴퓨터 책을 같이 끼고 컴퓨터를 사용했다는 말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fdisk같은 걸로 파티션 작업이라도 할려고 하면 어휴...라고 하시더군요.)지금의 컴퓨터 잘한다고 하는 사람들과 이들을 비교하면 진짜 격세지감일지도 모르지요. 그만큼 컴퓨터는 어려운 물건이었고 그렇게 만든 주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한국어 인터페이스의 부재였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윈도우 시대부터는 당연히 한글판 윈도우를 쓰게됐고 또 그렇게 되었기 때문에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DOS 시절에는 한글판이 있었음에도 한글이 배척받기도 했었습니다. 다름아닌 Hbios(위의 스크린샷에서 보이지나요?)등을 통해 한글을 표현했는데 이런 한글 표현을 위한 드라이버가 가뜩이나 확장하기엔 비싼 메모리를 잡아먹었고 당시 컴퓨터를 사용하던 사람들은 이런 메모리조차 아까워했었기에 한글 바이오스를 로드를 막는 등의 방법을 사용했었습니다. 네, 결론은 돈 문제였습니다.
이런 현상들로 인해 당시에는 한국에서 만들었음에도 한글로 된 인터페이스가 없는 프로그램도 많았고 한글로 된 파일 명은 읽지 못하는 등, 문제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때까진 한국에서 컴퓨터는 쓰는 사람만 쓰는 물건이었고 그나마 쓰는 사람들은 또 사용하는 프로그램의 호환성 문제로 영문 UI를 선호했기에 그 당시에는 그랬습니다.
그래서 컴퓨터를 사용하던 그 때 그 시절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하곤 했습니다.
"컴퓨터? 우선 영어부터 배워!"
하지만 2017년 현재 시대는 유니코드시대가 되었고 전세계의 모든 문자를 표현할 수 있게 되었으며 영문UI를 쓰나 한글UI를 쓰나 메모리크기 차이는 거의 없을 정도로 메모리의 크기가 어마어마해졌습니다. 그래서 현재 한국에서 사용되는 컴퓨터의 대다수는 한국어 UI를 가지고 있습니다. 뭘 써도 차이가 없다면 편한게 더 좋은거니까요.
2017년 현재 지금은 영어를 몰라도 컴퓨터를 쓰는데에 크게 지장이 없고 일반적인 업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수준에 올라왔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지금은 누구나 컴퓨터를 사용하는데 거리낌이 없습니다. 용어 문제가 걸리기는 하지만 그것만 제외하면 현재 컴퓨터의 상황을 글을 읽음으로서 알아낼 수 있거든요.
역으로 말하면 영문판으로도 아무런 문제없이 쓰는 사람이라고 해도 모국어가 한국어라면 한글판에서 더 편안함을 느낀다는 겁니다. 가끔 번역이 뭐같아서 영문판이 더 나은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그런 몇몇 사례를 제외하면 한글로 써 있는 화면을 볼 때 훨씬 피로가 덜 밀려오는(?)것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것은 접근성을 향상 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그러면 이게 곧 프로그램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어째서 한국에서는 아래아 한글이 그렇게 많이 쓰일까요? 전세계적으로 워드프로세서는 MS-WORD가 꽉 잡았는데 말이지요.
그건 아래 스크린샷을 직접 보시지요.
한글 2.1 출처는 http://oldpc.tistory.com/19
DOS용으로 나온 MS-WORD 5.5의 스크린샷
출처는 https://winworldpc.com/product/microsoft-word/5x-dos
위쪽은 DOS시절의 한글2.1이고 아래는 MS-WORD 5.5입니다. 보이시나요? 둘 다 마우스는 사용 가능했고 MS-WORD 쪽이 비디오 카드를 좀 구린 것을 써서 색상이 촌스러워서 그렇지 문서 작성하는데 지장이 없는 워드프로세서입니다.
누가 봐도 한글을 택하고 싶지 않나요? MS-WORD의 UI가 구려서 그렇다고요?
그러면 이건요?
출처: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tcfc2349&logNo=220412158623&redirect=Dlog&widgetTypeCall=true
출처 : https://winworldpc.com/product/microsoft-word/95
기능도 비슷하고 UI도 비슷한 버전입니다. MS-WORD 95 (당시 한글판의 번역이 되다 말았음)와 한글96입니다. 어떤 것을 쓰시고 싶은가요?
당연히 한글로 된 프로그램을 쓰고 싶겠지요. MS-WORD는 한글보다 못하지도 않지만, 당시의 접근성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MS-WORD가 한글에게 시장에서 밀려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MS-WORD가 한국어로 나오는 이 시점에도 이런저런 상대적인 장점이 부각되어서 한글의 위세는 당당하지요. (요즘은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긴 합니다만...)
결국 프로그램의 한국어화는 한국에 살고 있는 이상 자신이 편리하게 하기 위해, 그리고 쓰고 싶기 위해서 필요한 것입니다. 누구나 쉽게 쓰기 위해서 쓰는데 겁먹지 않기 위해서 그런 것이란 의미입니다.
전자 제품을 더럽게 못쓰는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이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구글 플레이 스토어의 리뷰란 입니다. 이곳의 리뷰란을 보다보면 바보들의 행진인 경우가 많은데
"영어라서 1점 깎았습니다."
"영알못이라 무슨말인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쓰라는거야"
"프로그램이 꺼지지 않아요. 무슨 메시지가 뜨는데 작동하지 않아요."
라고 쓰여있는 약간은 한심한 내용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역으로 말하면 이런 사람도 스마트폰을 쓸 수 있을 정도로 스마트폰의 시스템 자체가 한국어로 잘 만들어져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영어를 몰라도 스마트폰을 쓸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저런 영어로 나오는 앱만 아니면 말이지요.
바보들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무언가를 설계할 때에는 Fool Prrof 라고 하는 것을 고려해야합니다. 이것이 무엇이냐면, 바보도 쓸 수 있게 해야한다. 라는 의미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아래 사진인데 우주왕복선을 싣고 이동하는 화물기의 사진입니다.
여기에는 재미있게도 이런 내용이 쓰여져 있습니다.
"우주왕복선을 여기에 붙이시오. 주의 : 검은색이 아래임"
"설마 우주왕복선 같은 것을 만드는 그런 놈들이 우주왕복선의 위 아래도 구분 못 할까봐?" 라고 생각하신다면 "세상은 넓고 바보는 많다." 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당연히 저 문구는 농담일 가능성이 다분하지만 그만큼 "최종 사용자들은 바보다."라는 생각으로 물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즉, 21세기 현재는 바보들도 컴퓨터를 쓸 줄 아는 시대이기에 프로그램을 만들 때에 이것을 바보들이 사용한다고 가정을 해야합니다. 여기의 바보에는 당연히 영알못도 포함되고 기본적인 용어도 헷갈리는 바보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런 한국의 바보들에게 프로그램을 팔려면 당연히 한국어화가 필요하겠지요. 게다가 용어 번역도 어느정도 해 놓아야 합니다. 한번 파일(이건 딱히 대체 단어가 없습니다.)메뉴를 열었는데 "세이브", "로드", "엑시트" 이렇게 적혀져 있다고 해봅시다. 참 편하고 좋겠네요. 이건 바보가 아니라고 해도 어리둥절 하겠지요? 이쪽은 만든 쪽이 바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의외로 상용 프로그램 중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번역 한 경우 그렇습니다.)
결론을 말하자면 프로그램의 한국어화는 사람들의 접근성을 위해서 하는 것이고 바보도 쓸 수 있을 정도로 편하게 쓰게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프로그램들의 한국어화는 모두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언어 쪽에 자신이 있으신 분들은 해당 프로그램 제작자에게 한번 번역을 위한 기술지원 요청을 해보세요. 싫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2017년 7월 현재 UKUI와 CDemu의 한국어 번역이 소스 트리에 등록되어 제 이름이 박혀 있는 기분 좋은 순간입니다. (다음에는 Playonlinux를 해야겠습니다.)